
아주 먼 옛날, 미국 MBA 졸업생들이 우대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학력에 대한 인재들의 열망은 대단했고, 이들의 몸값도 상당했죠. 그러나 이젠 미국 명문대 MBA 졸업자도 좋은 대우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고학력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고액 연봉을 주는 회사들이 인재들에게 요구하는 스킬들이 달라져 학위의 메리트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데요.

그 결과 MBA 랭킹 1위 하버드 MBA마저도 작년 10년간 지원자 수가 20% 이상 줄어들었고, 이건 MBA가 더이상 엘리트 코스가 아니라는 것의 대표적인 방증인 듯합니다. 미국 MBA의 어떤 점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MBA 유학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까요.
1. 살인적인 학비, 생활비, 기회비용

첫번째 이유는 MBA를 마치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입니다.
당장 하버드 MBA에서 측정한 1년치 MBA 비용만 해도 1년에 $118,854 (1억 5천만원)이고, 2년 다니게 되니 총 $236,000 (3억 14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비용은 하버드 학부를 다니는데 드는 1년 비용인 $82,866보다 무려 $30,000 (4천만원)이나 더 비싼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죠. 미국 대학원 현실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MBA 같은 석사 학위는 경력으로 인정 못 받는 선택적인 과정이므로 2년 어치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남들 다 회사에서 연봉 받고 승진하고 있을 때 2년 동안 돈 내면서 학교에 다녀야 하니 당연한 손해겠지요.
기회비용을 비교하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상대가 미국 학부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를 다니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라면 적게는 5억 어치의 연봉을 2년 동안 기회비용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2년 동안 뒤처졌으니 동갑내기 학부 유학생들과 같은 회사에 입사 했을 때 그들의 부하직원으로 들어가게 될 테고, 앞으로 받게 될 연봉도 직급이 낮은 만큼 그들보다 매년 덜 받을 테니 기회비용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겠죠.
(물론 이것도 최소 2년이라 잡은 거지 실제로 MBA에 진학하는 한국학부 출신들을 보면 한국에서 경력이 5년 이상 있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늦게 오는 만큼 기회비용은 더욱더 커진다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회사에서 MBA 학비 스폰을 받아서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도 드물긴 하지만, 스폰을 받고 오게 되면 MBA 졸업 이후에 다시 그 회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에서 MBA 스폰 받았으면 졸업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즉, 한국학부에서 미국 MBA로 유학가는 가성비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겠습니다.
- 한국학부 (1억~1억2천)
- MBA 비용 (3억1400만원)
- 2년동안 못 받은 연봉 기회비용 (10억)
- 2년 뒤져서 진급 누락에 의한 기회비용 (@)
MBA에 지원할때면 직장 경력이 몇 년씩 있는 성인일 텐데, 그 나이에 자기가 힘들게 번 돈을 모두 MBA 학비에 탕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부담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추가로, 장학금이나 재정보조를 빵빵하게 주는 미국 명문대 학부와 달리 미국 MBA는 장학금과 재정보조를 거의 안줍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재정적 부담이 MBA 유학이 전 세계적으로 시들해진 첫번째 이유가 되겠습니다.
2. 취업과 승진에 쓸모없음
미국 MBA가 월스트리트에 진출하여 승진하기 위한 필수 엘리트 코스라고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어디까지나 80년대 이야기고, 현재는 미국 금융권에서 MBA는 전혀 필요없는 학위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월가 현직자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골드만삭스, 블랙락, 포인트72 등 최상위권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헤지펀드에서 리쿠르팅 최고책임자로 근무했던 Jonathan Jones는 “투자은행에서 MBA 학위를 따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던 시대는 한 세대 전에 사라졌다”며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로 취업했으면 MBA에 진학할 이유도 없고 메리트도 없다”라며 “요즘 투자은행에서 MBA에 가려는 사람들은 투자은행 업계에서 벗어나 다른 업종으로 갈려는 사람들뿐이다”며 현실을 전했습니다.

미국 금융권 엘리트들이 MBA에 거의 가지 않는 현상은 15년~20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온 월스트리트 종사자도 “막상 월가에 진출해보니 주변 동료 중 MBA를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MBA는 돈낭비 시간낭비다”라며 MBA를 바라보는 월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MBA 유학 테크트리로는 미국 금융권의 꽃인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헤지펀드(Hedge Fund)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역시 MBA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주요 리쿠르팅 상대는 미국 학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에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학부를 나와 미국 MBA를 졸업한 늦깍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건 사실상 투자은행에 Associate0로 들어가는 게 한계고 (물론, 이것도 한국학부 출신으로 힘듭니다.), 사모펀드/헤지펀드 진출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불가능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3. 수준 떨어지는 학생 수준 및 취업 아웃풋
단점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 MBA에 진학하는 학생들 퀄리티와 MBA 졸업 후 취업하는 직장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이 수준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와튼스쿨 MBA를 2020년도에 졸업한 한국학부 출신들을 추적해 봤습니다.

하나같이 입결 및 아웃풋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입결에선 나이 30 중반~40먹은 삼성전자, 한국산업은행, 한국투자은행, 인천공항 등에서 근무하던 매우 평범한 나이 많은 영감님들도 어려움 없이 와튼같은 미국 1티어 MBA에 수두룩하게 진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아웃풋도 별볼일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외국계 컨설팅사,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보더라도 MBA 이후 취업한 직장은 (LG전자, 알스퀘어, 타이완모바일 등) 초라함 그 자체입니다. 나이도 MBA 졸업 당시 30대 초중반이고, 여러모로 미국에서 학부를 나와 바로 취업해서 20대에 월가에서 몇억대에 연봉을 받고 있는 학부 유학생들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미국에서 한국 직장 경력을 안 먹어준다는 것이고, 미국 MBA의 위상은 바닥을 쓸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4. 쓸모없는 교육
많은 사람들이 미국 명문대 MBA 과정이 차별화된 훌륭한 경영 교육을 제공한다는 부푼 꿈을 갖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실망하게 되죠.
왜냐하면, MBA에서 배우는 코스들은 학부에서 배우는 코스들이랑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90%~100% 가량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와튼학부와 와튼 MBA의 코스웍을 비교해보면, MBA의 Corporate Finance 코스가 코스넘버랑 가르치는 교수만 다를 뿐 학부에도 똑같은 수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교수까지 같은 경우도 많은데요. 2024년 9월 현재 기준 Advanced Corporate Finance (교수까지 같음), Investment Management (교수까지 같음), Valuation (교수까지 같음) 등 학부 수업과 MBA 수업이 내용상으로는 물론이고 많은 경우 가르치는 교수까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와튼스쿨 학부를 다녔던 정우영 학생은 예전의 한 인터뷰에서 “MBA 학생들에게 MBA 코스보다 학부 코스가 더 intense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학부보다 돈은 더 들면서 학부보다 구린 교육을 받는 학위가 미국 MBA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주요 미국 재계 인사들은 MBA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MBA를 가진 사람들을 최대한 고용하지마라”며 “우리는 누군가를 채용할 때 MBA가 있기 때문에가 아니라, MBA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는 본인이 하버드 MBA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의 업계에서 MBA를 필요로 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MBA 출신을 고용하지마라”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억만장자인 마크 큐반은 “MBA는 돈 낭비라 생각한다” 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해당 발언들은 Medium 기사 15 Successful Entrepreneurs Give Us Their Thoughts on the MBA Program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미국 MBA의 영광은 90년대에 끝났고, 지금은 직업을 바꾸기 위한 브릿지 용도, 2년짜리 휴가 용도, 혹은 패자부활전 용도로 쓰이는 3류 학위로 전락했다고 결론 낼 수 있겠습니다.